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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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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치앙마이, 시간도 쉬어가는 힐링의 땅…

치앙마이, 시간도 쉬어가는 힐링의 땅… 해맑은 눈망울에 내 마음도 느릿느릿

 


청량감 넘치는 남국의 바다, 웅장하고 화려한 유적지, 욕망을 배출하는 휘황찬란한 환락가. 흔히 동남아시아 여행에서 떠올리는 풍경들은 찾아볼 수 없는 곳.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고유의 문화가 어우러져 ‘북방의 장미’로 불리는 곳. 태국 치앙마이는 은근하면서도 깊은 매력으로 ‘힐링’을 찾는 전 세계 배낭여행객들의 발길을 잡아두고 있었다.

치앙마이는 그동안 한국인들에게 인기 많은 관광지는 아니었다. 유명 여행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글 간판이나 한국어를 쓰는 여행객도 만나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 소박한 도시는 친환경 여행을 선호하는 서양인과 태국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다. 그러나 지난 10월 30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가운데 진에어가 처음으로 직항 취항 행사를 갖고 왕복 정기노선 운항을 시작하는 등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치앙마이의 매력을 100% 느끼기 위해선 간단한 역사부터 이해하는 편이 좋다. 태국 제2의 도시인 치앙마이는 과거 란나 왕국의 수도였다. ‘란’은 숫자 100만을 뜻하고 ‘나’는 논(沓)이라는 의미다. 100만개의 논이 있었을 정도로 풍족했던 나라로 치열하지도, 호전적이지도 않았던 란나 민족은 순박하게 농사를 지으면서 살았다고 한다. 현재도 ‘농업민족의 후예’들이 그 품성을 지켜가고 있다.

치앙마이 사람들에게 빈부는 태어날 때 정해진 운명이다. 이들은 굳이 큰 돈을 악착같이 벌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다. 근·현대에 식민지 경험을 하지 않아서 부와 신분의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은 측면도 크다고 한다.

란나 왕국의 본래 수도는 인근 치앙라이였지만 미얀마의 침공에 시달리다가 천도를 했다. 치앙마이 도심은 직사각형의 성채로 둘러싸여 있고, 밖에는 수로를 만들어 해자(垓子·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를 둘러서 판 못)를 팠다. ‘수비형 신도시’를 지켰던 해자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제는 야경을 반사시키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으로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해자 안 도심에는 호텔, 사원, 야시장,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관광객들이 둘러볼 수 있는 명소들이 집약돼 있다. 대부분 2∼3층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고, 가로 세로의 거리가 2㎞ 남짓이라 부담 없이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느릿하게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 슬리퍼를 신고 노천카페에 앉아 맛보는 망고 셰이크 맛이 일품이다.

욕심을 내려놓고 사는 도시인들 속에서 잊었던 순수함을 다시 느꼈다면 치앙마이 근교에서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고산족을 만날 차례다. 외부 관점에서 고산족으로 부르기는 하지만 실제 그들의 뿌리는 다양하다. 트레킹 코스와 연계된 고산족 마을 체험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일부 마을에서는 민박도 가능하다.

파동족이라고도 하는 카렌족은 국내에도 자주 소개됐다. 특히 여인들은 평생 동안 목에 황동으로 만든 고리를 감고 생활해 인상적이다. 길어 보이는 목을 미의 상징으로 여기는 카렌족 대부분이 기독교인이라는 점도 이색적이다. 원래 미얀마 지역에 살던 이들은 19세기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기독신앙을 받아들여 오히려 미얀마로부터 배척당했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현재도 미얀마에는 적대적인 감정이 남아 있다.

우리와 생김새가 닮은 고산족도 만나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먀오족(몽족)의 경우 고대 한족과 전쟁을 벌였다고 전해지고 한민족의 옛 지도자로 여겨지는 치우천황을 조상으로 모시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들이 고구려 유민의 후예라고까지 주장을 하는데 우리와 연관이 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고산족들은 2000여년 전부터 태국에 유입됐고 본래 화전이나 사냥을 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양귀비나 마리화나 등을 재배하며 벌이를 했던 어두운 과거도 있다. 이제는 아이들이 전통복장을 입고 관광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거나 어른들이 토산품 등을 판매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산족은 도시인들 시선에선 분명 풍족한 생활을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자칫 측은한 마음까지 들기 십상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스스로를 ‘문명인’이라 생각하는 오만함의 산물일 뿐, 컴퓨터 하나 없이 신나게 뛰어 노는 아이들이 보여주는 해맑은 미소는 치앙마이 여행의 백미라 부를 만했다.

 

치앙마이(태국)=글·사진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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